'교육계의 몸짱'이라는 가상의 학교 '정글고'를 배경으로 대한민국 입시의 현실을 콕콕 비판하면서 재미와 감동을 주는 네이버 웹툰 '입시명문사립정글고등학교' (작가 김규삼).
소재가 소재인지라 몇몇 에피소드에서는 재미없다고 욕하는 네이버 댓글파이터들도 많지만 정말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고 무엇보다 대중에게 전달하기 가장 쉬운 방법 - 웹툰으로 정말 진지하고, 공감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게 정글고의 매력이다.
지난번에도 한번 글을 올려보고 싶었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바쁜 입시 중이라 놓쳤지만, 오늘 에피소드는 한번 올려보고자 한다.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5640&no=267
-> 공감만으로 까다롭다는 네이버 독자 평점 9.9를 달리고 있습니다...ㅎ
아래는 지난번에 올리고 싶었다는 그 에피소드. 입시미술을 한창 하고 있던 10월 미대입시생으로서 참... 다들 한 번쯤은 해보고 속앓이하지 않았을까 하는 이야기인데, 아마도 작가 규삼님이 미대를 나오셨을 것이기에(?) 가능한 에피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흔히들 생각해보지 못할 이야기이고, 또 이런 우리(미대입시생)들의 고민을 참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것이 웹툰의 위대한 힘이 아닐지. 나에겐, 그리고 미대를 준비했던 모든 이들에게 정말로 와닿았던 에피소드이기에 소개해본다. (감상해봅시다)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5640&no=242
마무리가 참 이상(?)하게 되긴 했지만...
고3 학생들은 학교 마치기가 무섭게 달려 길게는 두 시간 넘는 거리를 (학원마다 실력의 편차가 크고 이게 입시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에 지방에서 학기중에도 서울의 홍대 앞으로 학원에 다니곤 한다) 지하철, 버스로 오가며 하루 네 시간씩 미술학원을 다녀, 마치고 집에 오면 열두 시, 한 시가 되고, 그러면 또 집에선 수능공부를 하다 잠들면 두 시, 세 시. 아침에 학교 가려고 여섯 시에 일어나고 또 학교 마치면 바로 미술학원, 학기중엔 이런 생활이 반복된다.
이 만화가 나올 때쯤이기도 한 10월 말이면 이제 수능을 앞두게 되는데, 수능을 마치면 바로 시작되는 (수능이 13일이었고, 특강은 14일부터) 특강은 공식적으로는 (학원 규제 때문에)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 실질적으로는 아침 8시부터 밤 1시 반까지도 온종일 그림을 그리는 강행군이다. 물론 하루에 시험을 두 번, 세 번씩 볼 때는 점심시간, 저녁시간마저 15분, 20분에 그치고 편의점에서 아무거나 꾸역꾸역 배만 채우는 날이 반복되고.
학원비는 위 만화에서도 나오듯 학기중엔 60만원 내외, 특강은 200만원에서 300만원 사이로 다양한데 가격은 사실 다른 인문계 수험생들이 내는 가격 (국영수사 학원이 전부 50씩 하니)에 비하면 하루 네 시간씩 일주일 5일을 나가니 비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또 특강은 시간과 날짜가 늘어나는 만큼 가산될 뿐이지만, (따져보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는 이야기) 액수가 워낙 큰지라 가정형편상 이 돈을 감당하지 못하고 도중에 미술을 포기하고만 친구도 보았다.
이렇게 미술을 하는데 '너희는 그것만 하는 거 아니냐, 그럼 그 정도는 해야지'라고 따지는 인간도 보았지만, 그 인간이 미술을 하면 서울권 대학은 턱도 없을 만큼 미대의 문은 좁다. 대부분 대학은 실기와 수능 비율이 거의 비슷하다. 내신 반영 비율도 높다. 대부분 대학이 수능, 내신, 실기가 3,3,4, 더 줄어들면 내신이 줄고 수능과 실기의 비율은 비등비등하다. 미대라고 수능공부는 안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대도 수능이 3등급 이내는 나와야 서울권 대학을 써본다고들 한다. 미대 최상위라는 홍익대 미대 디자인학부는 작년도 평균등급이 2.1이었다. 웬만한 서울권 상위대학도 붙을 수 있는 점수다. 이 점수를 가지고도 미대가 가고 싶어 위와 같은 피나는 고생을 하고 전쟁을 치르면서 사는 게 미대입시생이다.
저 점수만 나오면 그럼 미대가 되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말했듯 수능을 위와 같이 받고 실기도 A권 대가 떠야 합격증을 받을 수 있다. A권 대 그림을 보면 정말 괴물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환상적인 아이디어에, 엄청난 양의 그림, 정확한 구도와 구조를 자랑한다. 이렇게 수능도, 실기도 완벽하게 잡아야만 대학에 갈 수 있다. 수능 하나만 하면서도 웬만한 대학도 못 가는 놈들이 미대입시생이라고 우습게 알면, 우리가 정말 살의를 느낀다고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명절날 친척들이 모였는데 (사실 이전에도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지만) 또 어떤 친척 한 분이 근데 왜 하필 미대냐고, 이런 소리를 했다. 위에도 얘기했듯 친구들한테도 그런 이야기 많이 듣고 우습게 대하고 보는 대우도 많이 당했다. 이런 대접을 받고 저렇게 힘들게 준비하면서도 미대가 가고 싶기에 묵묵히 그림만 그리는 게 우리다. 그래서 나는 늘 미술학원의 친구, 누나, 형들을 보며 참 깊은 동질감을 느끼면서 지냈고 그래서인지 그만큼 깊은 사이를 자랑하는 게 또 우리 미대입시생들의 특징이라고나 할까.
미대의 문은 좁다. 대부분 (미대가 있는 학교라면) 대학교 경쟁률 상위 학과 10위 이내가 전부 미대, 음대일 정도다. 오늘로 모든 대학 발표가 끝이 나고, 떨어졌다, 하는 이야기가 붙었다, 는 이야기보다 많이 들린다. 나 역시 마찬가지고, 다들 재수를 두려워한다. 저 고생을 하고 시험장에서 정말 최선의 그림, 자기 최고의 그림을 그리고 나왔는데, 떨어졌단다. 내가 다시 한다고 해서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지만 결국 고민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확실히 알게 되는 건 나는 미술을 하고 싶고,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붓을 잡게 될 것이라는 것일 뿐이고.
어제 지원한 대학 발표를 보고 참 복잡한 심정으로 오늘도 정말 일곱 시에 일어나 낮 세시까지 방에서 혼자 계속 이런저런 생각만 했다. 친구들도 문자로 뭐해? 보내보면 '고민 중'이라고 답이 오고. 그런 심정이 위 만화를 보고 북받쳐 이런 글까지 쓰게 되었다. 다 읽으신 분 대단합니다!!
전국의 모든 미대입시생,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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