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눈물이 나는 일이다.
CCTV에 방화범이 찍히지는 않았다지만 지금 거의 방화로 가닥이 잡혀가는 듯하다. 라이터를 목격했다는 소방관의 이야기도 나오고 목격자도 많이 있고, 화재 후에도 조명이 들어왔던 점 등으로 보아 누전 가능성이 적고 발화지점에는 전기시설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600년 역사의 산 증거인 숭례문, 국보 1호 숭례문에 불을 지를 생각을 했을까 하니 지난 대구 지하철 방화범도 생각나고, 지난해 그리스의 반을 태우고 고대 유적들을 앗아간 엄청난 화재는 엄청난 방화가 원인이었다는 것도 생각나고(그 방화범은 여태 잡히지 않았다. 그리스 정부가 내건 현상금은 100만 유로 - 우리 돈으로 13억 원). 2006년에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서장대가 방화로 불에 탄 바가 있고, 역시 국보인 창경궁 문정전도 방화로 불에 타버릴 뻔한 일이 있었다.
어떤 정신구조인진 모르겠지만 불 지르고 쾌감을 느끼는지, 사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보고 싶은 것인지 우리의 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 나간 '또라이'가 정말 있구나. 차라리 자기 몸에 불 지르고 죽어라. 물론 다른 사람 피해 안 주는 곳에서 불 지르는 건 당연하고.
이번 일로 찾아보니 예술과 문화에 대한 파괴 경향을 '반달리즘'이라고 부르는데, 이 기사를 잘 읽어보기를 바란다.
세계의 반달리즘 http://www.donga.com/fbin/output?sfrm=2&n=200103190447
국내의 반달리즘 http://www.donga.com/fbin/output?code=j__&n=200103200540
반달리즘의 어원은 한때 로마를 침공했던 반달족이 로마의 문화재를 파괴한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 로마 유적 대부분은 로마 말기 노예와 빈곤층에 의해 파괴된 것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사회에 대한 보복이라고 느끼며 쾌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이것과는 살짝 다르지만 일본 최고(最古)의 건축물 중 하나였던 긴가쿠지(금각사)도 방화에 의해 1950년 소실되었는데, 방화범은 '너무 아름다워서 질투를 느꼈다'라고 했다고. 이 이야기는 이후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 소설로 쓰여 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다른 이야기는 삼가겠고 온몸이 분노에 휩싸여서 말이 안 나오던 차에 '그렇다면 방화범이 잡힌다면 실형은 얼마나 내릴까?'라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았다.
문화재보호법 제 106조 '다음 각 호의 건조물에 대하여 방화, 일수(溢水) 또는 파괴의 죄를 범한 자는 「형법」 제165조, 제178조 또는 제367조와 같은 법 중 이들 조항에 관계되는 법조(法條)의 규정을 준용하여 처벌한다'
형법 165조 (공용건조물등에의 방화) '불을 놓아 공용 또는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 기차, 전차, 자동차, 선박, 항공기 또는 광갱을 소훼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해석하자면 방화에 대해 그 형량은 형법을 따르게 되어 있으며 형법에서는 무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 양형 시 이것저것 판단해서 판사가 형량을 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다른 방화범의 형량은 얼마나 되었을까.
문화재 방화범은 아니지만 대구 지하철 방화범 '김대한'씨는 사형까지 구형되었다가 무기징역으로 낮춰졌으나 교도소에서 죽었고.
앞서 언급한 그리스 방화범은 (매우 조직적인 방화로 보아 개인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유력하지만) 100만 유로라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붙었고.
일본 금각사 방화범인 21살의 승려 '하야시 쇼켄'은 불을 지르고 검거, 징역 6년을 살고 나와 폐결핵으로 죽었다. 금각사는 우리나라의 숭례문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재 중 하나였던 만큼, 당시 금각사 방화 다음날 경찰에 출두했던 하야시 쇼켄의 어머니는 조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열차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도 찾을 수 있었다.
화성 서장대 방화범 안모씨는 서장대는 지정문화재가 아니었고 2층 누각에 불을 붙여 2층만 타버린 가벼운 화재였다며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문정전은 70대 남성이 부탄가스로 방화한 직후 한 관광객의 발 빠른 대처로 문짝만 불에 타 버리고 수습돼 방화범도 가벼운 집행유예로 마무리되었다고 한다.
방화범에 대해 너무 가벼운 처벌만 있었던 듯하다. 특히 문정전은 초기 대처가 - 조기에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해 준 '양해룡씨 부부' 덕분에 - 좋았던 것이지 만약 번졌으면 문정전은 전소, 심하면 창경궁이 다 타버렸을 수도 있는 건데 집행유예라니.
막을 방법은 없었을까.
일단은 방화범이 가까이 갈 수 있게 만든 '개방'의 주체였던 '그분'께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이분이 이끄시는 단체에선 '한글이 영어 발음을 제대로 표기할 수 없어 개조 검토'하신다는데 이런 '경제만 살리면 되는' '오픈마인드'가 결국 이런 사건을 불렀다는 이야기도. 숭례문 없어진건 한글 없애려고 하는 것에 비하면 하긴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 생각엔 개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평상시 낮에도 세 명뿐, 주말과 야간에는 CCTV로만 경비하는 완전 개념없는 개방 후 보안 관리가 더 문제였던 듯싶다. 개방을 하더라도 이런 문제를 잘 처리했으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가 없지. 물론 개방하면서 이런 준비를 안 한 것도 '그분'이니 그분은 할 말 없다. 지금 좀 찔리실 듯.
KT텔레캅도 할 말 없다. 누가 들어오는 게 보였으면 당연히 먼저 신고하고 출동했을 자들은 KT텔레캅. (방화 장면 말고)불이 나는 장면도 CCTV로 녹화가 되었다는데 정작 화재 신고도 연기를 본 시민들이 했다니 말 다 했지.
더욱 분노를 일으키는 것은 이들이 전부 '네 탓' 책임공방을 벌이며 현재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는 것. 하하하.
위 내용은 2006년 문정전과 서장대 방화 이후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KBS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 인터뷰 내용. 예산이 부족하고 실화가 아닌 방화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좀 읽으면서 못마땅한 부분이 많았다. 이런저런 제약을 계속 말씀하고 계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소방서와의 연계나 자치단체와의 연계도 전혀 없고 문화재 관리 주체가 제각각 이라 그 관리도 안 된다고 하고. 법에 문제가 많은 듯한데 정작 이런 일을 처리해야 할 국회에 계신 분들은 이런 건 신경 안 쓰시고 요즘 줄서기하느라 바쁘시지. 하긴 문화재뿐만 아니라 많은 경제, 민생 관련 문제도 이분들이 말아 잡수신 게 한두 개인가. -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또 한번 보여주기식, 냄비근성식 대처하는 척, '방안을 세우겠다' 같은 이야기 조금 하시게 되겠네.
나조차도 숭례문 참사를 하루 블로그 포스트거리로 써먹고 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니. 아침에 처음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이루 말할 수 없다. 출근길에 그 현장을 보아야 했을 이 땅의 시민들이 그랬고 전 국민이 그렇게 느꼈으리라.
이 글이 조금이라도 아픔을 나누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의 형벌. 방화범이 잡혀 법의 심판대 앞에 서게 된다면, 그 형량이 가벼운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그걸 막지 못했고 초기 진화도 실패한 관리 측의 실수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수많은 그런 허점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삼아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진왜란도, 남북전쟁도 이겨낸 숭례문의 600년 한민족 역사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
덧1 ) 네이버 댓글에 저기다 교회를 세우자느니 하는 것 보고 완전 열받았다.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숭례문이 무슨 불교 유적이면 그런 얘기 하는 것도 정신 나가서 하는 소리구나 하겠는데, 이건 도대체 정말...
덧2 ) 한나라당(안상수.이한구)이 노무현 대통령 책임이라고 물고 나왔다는 속보. 올 게 왔구나. 나는 정말 얘기를 정치로 연결시키고 싶지 않은데. 벌써부터 정치하시는 분들 다 왔다 가시고 기념사진 찍고 가신게 속속 올라오네.
덧3 ) 방화범 형량 관련 기사도 올라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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